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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실천연합회, 일회용품 줄이기에 대한 재정의 필요

 

환경실천연합회(회장 이경율, 이하 환실련)는 이달 7일 정부가 종이컵 사용금지 규제 제외 및 플라스틱 빨대 금지 계도 기간을 무기한 연장하면서 식당이나 카페에서 플라스틱 빨대와 종이컵 등 일회용품 사용을 계속 허용하기로 발표한 것에 대해 일회용품 줄이기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래는 환실련의 발표 내용 전문이다.

정부는 이번 조치와 관련해 일회용품 품목별 특성을 고려해 규제를 합리화하고, 일회용품 관리정책을 자발적 참여에 기반하는 정책으로 전환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완화하는 것은 물론 국민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관리정책은 대체품 사용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 대체품의 높은 가격, 인력 고용으로 인한 자영업자의 비용 부담, 환경보호 효과 미비 등 기존 정책에 많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

플라스틱 빨대 사용이 금지된 이후 많은 커피전문점은 친환경을 강조해 줄곧 종이 빨대나 생분해성 빨대 등을 사용해 왔다. 그러자 일부 소비자는 ‘빨대가 쉽게 녹아내려 불편하다’, ‘음료를 마시는 데 맛이 희석된다’, ‘빨대가 쉽게 눅눅해져 사용이 불편하다’와 같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대체품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는 이도 있었다.

환경을 위해 어느 정도 불편을 감수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불편을 감수하면서 했던 일들이 정작 환경을 보호하지 못한다면 어떤가?

음식물이 묻은 채 버려진 코팅된 종이 빨대는 재활용할 수 없을 뿐더러 일반 쓰레기로 분리돼 매립지로 보내진다. 또, 나무로 만들어진 대체품은 나무를 베어 가공하는 과정에서 다른 제품과 비슷하게 탄소 배출이 발생해 종이컵과 플라스틱 대체품을 더는 친환경적이라고 볼 수 없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소상공인의 부담을 해소하며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환경정책을 내세웠지만, 이번 정책은 오히려 소수의 소상공인을 위협하고 혼란을 만드는 동시에 어쩌면 환경을 보호할 수 없는 양날의 검이 돼버리고 말았다.

정부의 일회용품 허용은 다음과 같은 복합적인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다.

첫 번째, 환경 피해 가중

빨대 업체로 구성된 종이 빨대 생존 대책 협의회(가칭)에 따르면 생산된 대체품의 재고는 2억 개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해당 재고는 사용되지 못해 방치될 예정이며, 일회용품 사용규제를 지키기 위해 준비한 종이 빨대가 도리어 환경을 해치는 쓰레기로 전락하게 됐다. 뿐만 아니라 일회용품 규제에 대비해 다회용 컵 및 대체품을 구비한 소상공인들은 해당 제품을 모두 소진하지 못해 쓰레기 처리 업체에 넘기는 상황도 발생하게 됐다. 이처럼 환경을 위해 만들어진 수많은 대체품은 부메랑처럼 우리에게 다시 돌아와 상처를 주게 될 것이며, 자발적 참여에 기반하는 정책은 사실상 일회용품 감축 포기로 전락해 이에 따른 일회용품 사용 증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두 번째, 자영업자 피해 양산

정부의 플라스틱 빨대 금지 계도 기간 연장으로 인해 플라스틱을 대체할 친환경 제품을 생산해 오던 업체들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사전 발주를 진행하며 계도 기간 종료 이후를 대비해 온 자영업자들은 생산설비 증가와 인력 투입에 따른 막대한 손실이 발생했고, 이에 대한 보상 및 처우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계속해서 달라진 방향 탓에 구매취소와 무수한 반품 요청이 발생하며, 몇몇 업체들은 플라스틱 빨대 허용으로 받아들인 시장에서 완전히 일자리를 잃어버린 상황도 발생하게 됐다.

세 번째, 사회적 혼란 가중

애초 정부 정책에 따라 11월 24일부터 식품접객업 매장 내 종이컵, 플라스틱 컵, 플라스틱 빨대 사용 시 최대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계도 기간을 2주 정도 남겨 두고 규제 가이드를 발표하면서 모두에게 혼란스러운 상황을 만들었다. 카페에서의 일회용품 사용 감축이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힌 상태에서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를 진행해 규제 숙지 미숙에 따른 손님들의 요구사항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을 뿐더러 이는 판매자와 소비자 간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언제 다시 규제가 시작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역시 혼란을 발생시킬 수 있다.

네 번째, 정부의 친환경 정책 신뢰성 상실

환경보호를 위한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는 일회용 생분해, 일회용 친환경 종이컵 등 대체품 사용 장려가 아닌 개인 텀블러, 장바구니 등 다회용품 사용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특히 세종과 제주에서 시행한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범사업은 미참여 매장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제도 정착 의지를 강력하게 펼쳐 제도 정착과 높은 일회용품 반환율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번 정책의 권고와 지원 방식은 그동안 쌓아왔던 제도에 대해 이제는 알아서 진행하라는 식의 방치 또는 ‘아니면 말고’ 방식으로 느껴질 수 있으며, 이는 정부의 공들인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 계도 기간 무기한 연장을 통해 2년 전에 예정된 제도를 시행하지 않는 정부의 태도 역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섯 번째, 환경정책 완화 심화 우려

일회용 배달 용기 등 우리 사회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있다. 이런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환경정책의 시작점인 일회용 컵 규제는 첫걸음을 떼기도 전에 멈춰버렸다. 이번 발표는 플라스틱 빨대를 시작으로 친환경 대체품 시장의 붕괴까지 우려된다. 대체품 시장이 한 번 붕괴를 해버리면 이후에 누구도 투자하지 않게 되고, 이것은 친환경 시장의 후퇴와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 부재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의 오락가락한 정책으로 인해 대체품 시장은 존폐 위기에 내몰렸고, 정책 일관성에 대한 신뢰는 완전히 무너져 앞으로의 환경정책은 끊임없이 완화될 수 있다.

정부는 계도 기간 종이 빨대 등 대체품 품질 개선과 가격 안정화를 위해 논의할 계획을 드러내며 소비자와 자영업자들의 고충을 반영한 정책임을 드러냈다. 그러나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하는 것은 올바른 일인가, 대체품을 사용하는 것이 진정 환경을 위한 일인가, 해당 정책이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은 아닌가 등 여전히 많은 숙제를 안은 채 다양한 질문과 답이 오가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는 일회용품 줄이기라는 말부터 다시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일회용품 줄이기는 말 그대로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함으로써 환경보호를 위해 모두가 협력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결코 소상공인만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국민의 자발적 참여를 이끄는 정책으로 다회용품 사용 문화를 자리 잡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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