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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어머니의 그림

[이슈투데이=김윤겸 기자] 2019년 6월 3일, 전라북도 익산의 어느 갤러리.

관람객들로 붐비는 이곳에선, 서양화가 이현영(50) 씨의 작품 전시회가

한창이다. 29살, 어려운 집안 사정 때문에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서울의 한 예술대학에 입학한 현영 씨는 제34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구상부문을 수상하고, 다수의 전시회를 개최했을 만큼 실력 있는 화가.

그런데, 세심한 점묘화와 추상적인 풍경화들이 주를 이루는 전시회장

곳곳에, 색다른 느낌의 그림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바로, 현영 씨의 어머니인 김두엽 (92) 화가의 작품들.

아들의 작품과는 달리, 선명한 색채감으로

한 편의 동화 같은 느낌을 뿜어내는 어머니의 그림.

사실, 어머니 역시 현영 씨와 함께

‘모자전(母子展)’을 7회째 개최 중인 어엿한 화가다.

젊을 때 남편과 사별하고, 먹고 살기 바빠 고생한 기억밖에 없다는

김두엽(92) 어머니는 생선 장사, 나물 장사, 세탁소 운영 등을 하며 홀로

여덟 남매를 키워냈다. 나머지 자식들은 가정 꾸려

일찌감치 어머니 품을 떠나고, 이제는 막내아들인 이현영(50) 씨와 단둘이

전남 광양의 시골마을에 터를 잡았다.

몇 해 전 시작된 어머니의 그림 그리기 역시,

화가 아들과 함께 지내게 되면서 시작된 것.

그림만으로는 생계유지가 어려워 그간 안 해 본 일이 없다는 아들 현영 씨.

어머니는 그런 현영 씨를 기다리다 심심해서 달력 뒷장에

사과 한 알을 그려보았다고.

당시 현영 씨가 어머니의 그림을 보고 남긴 칭찬에 힘을 얻어,

한 점, 두 점씩 그리기 시작한 그림들이 이제는 모자가 함께

수차례 전시회를 열기도 했을 만큼 풍성하게 쌓였다는데.

지금은 현영 씨보다 어머니의 그림을 찾는 관람객이 더 많아졌을 정도란다.

아들 현영 씨는 생계 때문에 작년부터 새롭게 택배 배달 일을 시작해

주 6일 택배 일을 하고, 주말에만 그림 작업을 하고 있다.

이른 아침, 현영 씨가 택배영업소로 출근하면,

어머니는 화가인 아들이 남기고 간 재료들로 자신만의 기억을 담아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림을 그린다.

누군가에게 그림을 배운 적도 없고, 그저 아들의 귀가를 기다리는 동안

심심하니 그림을 그린다는 김두엽 어머니.

어머니가 그림 속에 그려내는 세상은 무엇인지,

인간극장이 찾아가 본다.


● 막내아들과 어머니


전라남도 광양의 서석마을.

소박하고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시골집엔 두 명의 화가가 산다.


택배를 배달하는 화가 이현영(50) 씨와

그림 그리는 어머니 김두엽(92) 씨가 그 주인공이다.


남편 일찍 보내고, 홀로 여덟 남매를 어엿하게 키워낸 김두엽(92) 어머니.

젊었을 땐 생계를 위해 이 일, 저 일 하시느라 고생한 기억만 있다며

다시 돌아가라면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하실 정도인데.


현영 씨는 그런 어머니의 곁을 지키는 남은 막내아들.

현영 씨 역시 화가로서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안 해 본 일이 없다.

그간 거쳐 온 직업을 모두 나열하자면 열 손가락이 부족할 정도.


같은 듯 다른 모자가 이곳으로 이사 온 지는 올해로 4년 차.

서울에서 미술 학원 강사를 하던 현영 씨가 어머니의 곁으로 돌아오면서,

같이 살다, 떨어져 살다, 같이 살다, 떨어져 사는 것을 반복했다던 두 사람은

강아지 두 마리와 함께 이 작은 마을에 자리를 잡았다.


● 어머니의 스케치북


해도 뜨기 전인 이른 새벽.

현영 씨는 작년부터 시작한 택배 일로 이른 출근 준비를 하고,

어머니는 그런 아들 곁에 앉아 고요히 김밥 도시락을 싼다.

최근에 무릎 수술까지 한 탓에 몸이 고될 텐데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새 밥을 지어 김밥을 싸는 어머니.


바쁜 일과 중에 아들 현영 씨가 끼니를 거를까

꼬박꼬박 도시락에 음료수, 얼음물까지 살뜰히 챙겨 보낸다.

장성한 아들이지만 어머니에게 현영 씨는

아직도 어린아이 같기만 한 모양이다.


막내아들 현영 씨가 택배 일을 위해 집을 나서면,

어머니는 홀로 식탁에 앉아 스케치북을 펼친다.


몇 년 전부터 시작된 어머니의 이 소소한 취미는

일 나간 현영 씨를 기다리다 심심해서 달력 뒤에 그린 사과 한 알에서

시작되었다는데.


당시 현영 씨가 어머니의 그림을 보고 남긴 칭찬 한마디에

힘을 얻어 시작한 그림이 한 점, 두 점 쌓여 이제는 아들과

함께 수차례 전시회를 열기도 했을 만큼 풍성해졌다.


화가인 아들의 이름 옆에 어머니 또한 나란히

‘화가 김두엽’이라는 이름을 새기게 된 것.


최근 부쩍 몸이 쇠약해져 잦게 찾아드는 몸의 통증들도,

그림을 그릴 때만은 거짓말처럼 사라진다는 어머니는

오늘도 아들의 물감을 푹푹 아낌없이 퍼내어 자신만의 추억이 담긴 그림을 그린다.


● 택배 배달하는 화가와 92세 노인 화가


택배 하랴, 그림 그리랴 일주일이 모자랄 것만 같은데

아들 현영 씨는 나름의 방법으로 예술가로서 삶을 이어나가고 있다.


주 6일은 택배 일을 하고, 일요일에는 그림 작업을 한다는 현영 씨는

택배 일로 녹초가 돼 퇴근한 후에도 틈날 때마다 집 곁의 작업실을 찾는다.


택배 배달을 시작한 뒤엔 심장이 뛰는, 살아 있는 기분을 느낀다는 현영 씨.


어머니 또한 아들이 택배를 시작한 뒤, 살도 붙고 많이 건강해진 모습을 보며

흡족한 눈치다.


하지만 힘든 일을 하는 막내아들이 걱정되는 건 어쩔 수가 없어

틈만 나면 아들에게 전화를 걸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현영 씨는 아들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잘 알기에

무거운 짐을 지고 가다가도 꼭 어머니의 전화를 받아 든다.


무릎 수술 후 부쩍 몸이 약해지고, 말라버린 어머니 걱정에

현영 씨 역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때가 많기 때문.


서로의 걱정에 하루가 모자란, 이 애틋한 모자 화가의 삶을

인간극장이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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